트럼프 vs 클린턴 1라운드…첫 대선후보 TV 토론회 격돌
26일 뉴욕주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대학에서 열린 첫 미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90분간 토론을 벌였다. NBC 방송 ‘나이틀리 뉴스’ 앵커 레스토 홀트 가 진행한 이날 토론의 주제는 크게 세 가지. ‘번영의 실현’ ‘미국의 안보’ ‘미국의 방향’이었다. 1억 명이 TV 앞으로 모여 대선토론 역사상 최대의 시청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던 토론회에서 클린턴과 트럼프는 서로 차이점을 강조하며 열띤 공방을 벌였으나 큰 파장을 일으킬 이슈를 제기하지 못한 채 토론 1라운드를 마쳤다. ◆번영의 실현=클린턴과 트럼프는 경제정책에서 확연한 차이를 다시 확인했다. 클린턴은 최저임금 인상, 스몰비즈니스 지원, 여성의 평등한 임금, 공평한 이익 분배, 유급 가족휴가, 대학 학비 면제 등을 통해 저소득층과 중산층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는 멕시코와 중국 등으로 미국의 돈이 빠져나가고 미국민들은 일자리를 잃고 있다며 회사들이 미국을 떠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15~35%의 법인세 감면을 통해 해외에 있는 회사들의 자산이 미국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종 무역협정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목소리를 높였다. 클린턴이 정계에 있으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을 비롯한 미국에게 불리한 무역협정들을 지지해왔다고 비난했다. 이에 맞서 클린턴은 트럼프의 부자 감세는 경제를 다시 망칠 것이라고 응수했다. 또 과거 공화당 정부의 실패한 감세 정책으로 돌아가면 다시 경제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지난 8년간 현 행정부의 경제향상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트럼프는 지금 미국 경제는 ‘버블’에 빠져 있다며 금리를 올리면 당장 무너져 내릴 위험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제에 대한 토론은 결국 트럼프 비즈니스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트럼프는 자신이 세금 보고 기록을 보고하지 않는 것은 감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 했지만 클린턴은 트럼프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며 연방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거나, 해외 은행들에 큰 빚을 지고 있는 등 대중에게 알릴 수 없는 비밀이 있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미국의 방향=미국사회의 고질적인 인종갈등 문제가 두 번째 토론 주제였다. 클린턴은 커뮤니티와 경찰의 관계 회복, 평등한 법질서 확립, 총기 규제 강화 등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대도시의 흑인과 히스패닉들이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피해자가 되고 있다며 강력한 법 질서를 확립해야 소수계 커뮤니티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와 클린턴은 유일하게 테러 관련이 의심돼 항공기를 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총기를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 클린턴은 또 트럼프가 흑인 커뮤니티 등에 너무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안보=사이버 시큐리티와 미국 내 자생적 테러. 이슬람국가(IS) 격퇴 등에 대해 양 후보는 서로 강력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IS의 확장을 막지 못해온 것이 클린턴과 같은 정치인들이었다고 공격했다. 반면 클린턴은 자신의 경력을 강조하며 자신이 테러를 막을 수 있는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여론조사=토론회가 열리기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와 클린턴이 박빙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이 9월 21~24일 1001명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에서 트럼프가 43%로 클린턴 41%를 앞섰다. 지지율 15%를 얻지 못해 토론회에 참가하지 못한 게리 존슨 자유당 후보는 8%, 질 스타인 녹색당 후보 지지율은 4%였다. 또 1115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퀴니피액대학 조사에서는 클린턴 44%, 트럼프 43%, 존슨 8%, 스타인 2%였다. 후보를 두 명으로 압축한 조사에서는 클린턴 47%, 트럼프 46%였다. 매일 당선 가능성을 업데이트하는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클린턴과 트럼프의 당선 확률을 각각 70%, 30%로 예상했다. 클린턴의 당선 확률은 지난달 말 90%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대로 당시 10%였던 트럼프의 당선 확률은 상승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가 여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종훈 기자 [email protected]